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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둥냥/일상

평범한 고양이 집사의 하루

나는 고양이를 집에 모셔온(?) 후로

차츰 고양이 집사로 길들여졌다.

 

 

 

 

아침에 나를 깨우는건

핸드폰 알람이 먼저가 아니라,

항상 고양이 알람이 먼저다.

 

고양이 알람이 울리면,

못들은 척 하다가

결국은 어쩔 수 없이

일어나게 된다.

 

 

 

우리집 고양이 알람은

30분 간격으로

울리는 편이다.

 

 

포기를 모르는 고양이 알람을

끄는 방법은

집사가 일어나야 가능하다.

 

 

집사는 눈을 뜨자마자

조용히 고양이 밥그릇을

먼저 확인한다.

 

'밥그릇에 밥이 없나?'

 

괜한 기우다.

사실 이럴 확률은 거의 없다.

자기 전에 항상 듬뿍 밥을 주고

자기 때문이다.

 

 

밥이 문제가 아니다.

 

망둥 고양님은 조용히 나를

자기가 가장 아끼는 끈 앞으로

안내한다.

 

그리고는 앞발로 툭툭-

끈을 차기 시작한다.

 

 

 

 

그 신호는 끈을 한번

신나게 흔들어 보라는 것이다.

당돌하기가 그지 없지만,

나도 모르게 끈을 흔들고 있다.

 

어느덧 그렇게 망둥 고양이는

나를 집사로 훈련시키기 시작한 것이다.

 

 

끈놀이가 끝이나면,

군말없이 다시 밥을 먹고

폭풍그루밍으로 온몸을

흠뻑 적신다.

 

 

이정도면 그냥

침으로 목욕하는 수준에 가깝다.

 

 

 

그러거나 말거나

흠뻑 적시고 꿀잠을 주무신다.

 

거의 잠은 침대 위

집사가 벗어놓은 허물을

끌어안고 자는 편이다.

 

 

 

집사가 밥벌이를 하는 낮시간 동안엔

응석을 부려도 통하지 않는다는걸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낮 시간엔 거의 잠을 자는 편이다.

 

 

한번씩 집사가 일하는 책상위로

올라와서

모니터 앞에 딱 자리를 잡는다.

 

 

 

매번 느끼지만,

관종 1인자인 것 같다.

어디든 내 시야에 있으려고

노력하는 모습이

귀엽고 애잔하다.

 

 

집사의 일이 끝나고

의자에서 궁둥이를 떼면

귀신같이 알아채고

바로 일어나서 다시 활동을 시작하신다.

 

그러면 나는 다시 습관처럼

끈을 흔들어야 한다.

 

 

잠잘 시간이 되어

집사가 침대 위에 누우면,

별 말 없이 따라 올라와서는

꼭 내 다리 사이에 둥지를 튼다.

 

 

그 둥지를 트는 행동이 사랑스러워

집사는 다리를 오므리고 잘 수가 없다.

꼭 망둥이가 둥지를 틀 수 있을 만큼의

다리 사이 공간을 습관처럼

남겨둔다.

 

 

잠자리에 눕는 이 시간이

사실 가장 행복한 시간이다.

 

내 다리에 기대는 묵직한 느낌도 좋고,

따뜻한 느낌도 좋고,

다리에 기대어 나를 지그시 바라보는

그 눈빛은 더더욱 좋다.

 

 

하루의 시작은

원하지 않는 고양이 알람으로 괴롭고

만성피로에 다크서클이 턱밑까지 쏟아지지만

중요한건 하루의 마무리는

그 누구보다 행복하다는 점!

 

 

나는 고양이의 집사로 길들여지고 난 후

좀 더 행복해졌다.